장영희 교수의 책을 다시 펼치며...
원래 긴 글을 잘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멈추질 않습니다.
불교와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집안도 대체로 불교를 따랐고, 자연스레 그 흐름에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서른 즈음, 우연한 계기로 천주교로 개종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다만, 단 한 번도 직접 만나본 적 없는 장영희 교수의 글이,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어느 날, 집 안 어딘가에서 헤지고 낡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표지는 오래되고 투박했으며, 먼지가 켜켜이 쌓여 손대기도 꺼려졌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버리지는 못했던 그 책. 시간이 흘러, 제 삶에 가장 아팠던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그 책이 다시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은 《내 생애 단 한번》(부제: 때론 아프게, 때론 불꽃같이). 요즘 말로는 ‘후킹한’ 제목이었고, 당시 내 마음은 그 글자 몇 줄에 이끌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처음으로 장영희 교수의 글을 만났습니다.
■ "먼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재가 되겠다"
그 책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삶의 희망과 온기를 전하고자 했던 장영희 교수의 깊은 철학과 진심이 가득 담긴 수필집이었습니다. 소아마비로 인해 평생 목발에 의지하셨지만, 그녀의 글에서는 장애를 탓하거나 좌절하는 기색 대신, 세상을 향한 따뜻한 눈빛과 솔직하고 유쾌한 유머, 그리고 정의를 향한 날카로운 지성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책의 첫 글인 〈아프게 짝사랑하라〉 는 청춘의 특권이자 의무로서의 짝사랑을 예찬합니다. 방황과 고뇌로 가득한 젊은 시절, 그 안에서 피어나는 짝사랑의 열병이야말로 인생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증거이며, 성숙을 향한 통로라고 말씀하십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여전히 짝사랑의 아픔을 감내하겠다는 장영희 교수의 다짐은, 읽는 이에게도 삶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그녀가 인용한 잭 런던의 문장, _“먼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재가 되겠다”_는 제 가슴에 강하게 박혔습니다.
이때부터였을 겁니다. 저는 장영희 교수의 ‘조용한 팬’이 되었습니다.
초특가 항공권 모음 | Trip.com
국내 · 국제선 포함 최대 50% 할인
kr.trip.com
이 포스팅은 트립닷컴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 "엄마의 눈물, 그 땀 속에서 나는 사랑을 읽었습니다"
〈엄마의 눈물〉은 가슴 깊은 곳을 울렸습니다. 유학을 떠나기 전, 짐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기. 눈 오는 날, 딸아이의 등굣길에 연탄재를 깔고, 무거운 딸을 업고 땀 흘리며 학교에 데려다주던 어머니.
어린 딸은 그 땀방울 속에서 어머니의 눈물을 읽었습니다.
“나 죽으면 넌 어떡하니”라는 어머니의 절절한 걱정과, “훌륭한 의사가 되어 엄마 아버지를 낫게 해드리겠다”는 어린 딸의 다짐.
그 모든 장면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_“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_는 문장은, 그 당시 살면서 내가 들었던 모든 글귀 중 가장 아름다운 정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못 줄 이유부터 떠올리는 나, 참 못났다”
〈못 줄 이유〉라는 글에서는 장영희 교수의 인간적인 면모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평소 하느님께 “쟤는 원래 그런 애련이. 너무 많이 만들다 보니 별종도 나오는군요”라며 자신을 ‘한심한 신자’라고 너스레 떠는 부분에서는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처음으로 “나도 성당에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결국 천주교로 발길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미사 중 “옆 사람과 나누라”는 신부님의 말에, 갑자기 값비싼 소지품들부터 떠올리며 조건반사적으로 '못 줄 이유'를 계산하게 되는 그녀의 모습.
결국 포켓에 넣어둔 박하사탕 하나를 꺼내 건네고, 상대방 할머니로부터 **귀한 심장약(구심)**을 받으며 느꼈던 부끄러움과 자성은 곧 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줄 이유를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지만, 반사적으로 못 줄 이유부터 떠올렸다”는 고백은 참 솔직했고, 그래서 더욱 깊게 다가왔습니다.

■ 가을 햇살을 보며 '재미있는 나'를 웃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이해의 계절〉은 가을에 대한 사색이 담긴 글이었습니다.
예이츠의 시를 빌려 가을을 이별과 성숙의 계절이라 표현하면서도, 장영희 교수는 여전히 “슬프지만 편안한 이별을 준비하기보다는, 아프지만 화려한 만남이 그리운 철부지”라고 스스로를 고백합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여전히 기대하고 설레며 울고 웃는 자신을, “바보 같지만 솔직한 나”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저는 오히려 인간다운 매력을 느꼈습니다.
가을 햇살 속 코스모스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연구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재미있는 나”라고 표현하신 대목에서는 저도 모르게 조용히 웃고 말았습니다.
■ 언젠가, 그곳에서
오늘 오랜만에 장영희 교수의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었습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오늘따라 유독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장영희 교수가 계신 곳에 저도 닿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을 것 같습니다.
'부동산 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짜 공급' 말고 '진짜 공급'으로 집값 잡는 법! (0) | 2025.06.26 |
---|---|
퇴직연금 의무화, 우리 노후가 달라진다?! (0) | 2025.06.26 |
2025년 고교학점제와 대입 변화, 그리고 학군지의 미래 (0) | 2025.06.25 |
스위프트 코드 조회, 1분 만에 끝내는 초간단 방법 (1) | 2025.06.05 |
마라톤 48분의 기적, 그 남자의 달리기엔 사연이 있다 (1) | 2025.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