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집 경제학

책임준공형 신탁사업, 부동산 한파 속 위기 직면

by 민트파일(MINT FILE) 2025. 5. 9.
반응형

책임준공형 신탁사업, 부동산 한파 속 위기 직면


“그 아파트, 아직도 공사 중이더라.”

지인 만나서 이야기 하다가 한 아파트 현장이 수년째 공사중이라는 말을 듣게됐습니다.

지나가던 길목에 몇 달 전부터 보이던 공사 현장이 있습니다. 처음엔 분주하게 움직이던 트럭과 인부들로 활기를 띠었지만, 이제는 멈춰선 크레인과 철근 구조물만이 남아 있습니다. 낯선 풍경 같지만, 어쩌면 우리 일상 가까이 와 있는 현실일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개발의 '마지막 안전장치'로 여겨졌던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거나 포기하게 되면, 그 책임을 신탁사가 떠안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신탁사조차 그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은 부동산 개발에서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마련된 구조입니다. 시공사가 공사를 끝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신탁사가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자재비 급등, 분양 부진 등으로 시공사가 공사를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신탁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말 기준, 국내 14개 부동산 신탁사의 신탁계정대여금 규모는 총 7조7,016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60%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며, 자기자본 대비 131.7% 수준입니다. 이처럼 신탁사 자금으로 직접 공사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사업 리스크가 확대되자 신탁업계는 신규 사업 수주를 멈추고 기존 프로젝트 정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한자산신탁은 2023년 말 기준 133곳의 책임준공형 사업장을 운영했으나, 1년 만에 37곳으로 대폭 줄였습니다. KB부동산신탁은 72곳에서 31곳, 교보자산신탁은 66곳에서 26곳으로 각각 축소했습니다.

이러한 조정 과정에서 신탁사들은 대규모 손실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신한자산신탁은 2023년 약 3,058억 원, 교보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은 각각 2,409억 원, 1,13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일부 신탁사는 사업을 정리하고 책임준공형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보유한 사업장 4곳 중 2곳을 정리했고, 연말까지 모두 준공 완료할 계획이며, 한국토지신탁도 현재 1곳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많은 사업장이 준공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추가 부실 위험이 존재합니다. 신한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의 책임준공형 PF대출한도는 각각 약 2조7천억 원, 2조6천억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대주단이 책임준공 미이행을 이유로 신탁사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부터 책임준공형 신탁 계약에 ‘대출원리금 상환 책임’을 제한하는 모범규준을 시행했지만, 이 규정은 기존 계약에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존 계약서에 명시된 ‘신탁사의 원리금 상환’ 조항에 따라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소송이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부동산 금융업계 관계자는 “모범규준 이전 계약에는 신탁사가 원리금을 상환한다고 명시된 경우가 많다”며, “향후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